입학하고 7주 지났다. 다음 주에 첫 학기 첫 시험인 1학기 중간고사를 본다. 애초에 학교 시험 성적을 아주 잘 받아볼 생각이 크지 않음에도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자신이 없음에도) 시험을 코앞에 두고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는가 보다.
남들 다 하는 예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왔음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조차 벅차다. 이에 물건을 모으듯 책 욕심, 강의 욕심이 절로 깊게 든다. 공부가 쉽지 않으니 다른 책, 다른 강사를 통해서라면 ‘무언가’ 돈오하듯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린 마음이다. 허나 돈오는 강의나 책의 종류가 아닌, 공부의 점수로 비롯하는 법이다. 책이나 강사가 못남보다는 본인의 역량과 노력을 탓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른 공부 방법을 부여잡고 그것만 파기에 3년의 시간은 몹시 짧으니, 공부법과 교과서를 읽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깊게 가져가되, 이것저것 다 쥐려다가는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적어도 남들 다 해서, 남들 다 합격한 방법을 중심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어쨌거나 책이든 강의든 최소화해야 한다.
민법 공부에 시행착오를 아주 깊게 겪는 중인데, 처음 잡은 책이 윤동환 민맥이라 끝까지 들고 갈 생각이다. 학교 와서 남들 다 사는 곽낙규 변사기, 유니온 객, 레인보우 OX를 따라 사고, 선배 선물로 박승수랑 송영곤 사례집도 받았다. 참고 삼아본답시고 산 송덕수 기본민법도 옆에 두고 있으니 책이 한가득하다. (형법은 이용배 저를 택했고 수업에서 쓰는 이재상 저 뿐이나 자꾸 요론요론 생각이 나~)
어차피 다 보고 있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래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낯선 법학 공부가 난삽해지고 체계가 세워지지 않는다. 그럼 더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이번 중간고사 전에는 이것저것 다 보았지만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윤동환 맥, 이용배 신체계 하나 만을 부여 잡고 기말까지 갈 생각이다. 강의를 최대한 빠르게 듣고 객-사를 기본서에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해야겠다.
학기 초에 혼자 객을 풀어본답시고 이곳 저곳에 밑줄 치고 형광펜 칠해둔 것을 보며 이러한 생각이 확고해졌다. 지금 보면 전혀 중요하지 않고 당연한 온갖 곳에 하이라이트가 되어있다. 전체 틀이 잡히고 공부가 깊어질 수록 공부량을 더 줄일 수 있다. 빠르게 체계를 잡아야 하는 까닭이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많이 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평생 하지 않은 공부를 쥐려니 시행착오가 잦다. 그걸 염두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열심히 해야 한다. 잘 해야 하기 때문에.